[時事法律] 탄핵 (彈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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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事法律] 탄핵 (彈劾)

함용남 기사등록일 :
탄핵은 일반적인 징계 절차나 형벌로 처벌하기 어려운 정부 고위직이나 특수직 공무원을 파면하는 제도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 공무원을 민주적으로 파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는 해당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을 경우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나라마다 탄핵소추권과 탄핵심판권의 주체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가지고 있으며 탄핵심판권은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다. 국회가 두 개의 의회로 구성되는 양원제 국가에서는 상원이 탄핵심판을 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국회가 탄핵심판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집행부와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써 국회가 가지는 탄핵소추권의 위력이 반감되는 측면도 있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심리와 관련해 상원이 증인으로 소환한다면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폭탄발언'을 할 핵심 증인으로 꼽혀온 인물이어서 증언 성사 여부와 증언 내용에 따라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탄핵안 부결을 공언해 왔지만 볼턴의 입에서 치명적 진술이 나올 경우 탄핵심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곧바로 공화당을 향해 볼턴의 증인 채택을 거세게 압박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의 탄핵 논란 중에 나는 시민으로서 그리고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나의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상원이 나의 증언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한다면 나는 증언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볼턴은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서도 유력한 증인으로 거론됐지만 자신의 부하였던 찰스 쿠퍼먼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증언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쿠퍼먼 전 보좌관은 하원이 소환장을 발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증언 거부 명령과 상충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쿠퍼먼 소환을 철회해 출석 여부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탄핵소추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런 와중에 볼턴 전 보좌관은 "내 증언이 다시한번 쟁점이 되고 있다"며 신중한 고려와 연구를 토대로 상원 소환 시 출석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한 탄핵 대상은 집행부(행정부)의 주요 구성원과 법관 등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다. 구체적인 탄핵소추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및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한 공무원이다.
 
한국의 탄핵 역사는 임시정부 시절 1919년 단일화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후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되었던 이승만이다. 당시 이승만이 미국 대통령에게 국제연맹에 의한 한국의 위임통치를 청원한 것이 원인이었다. 임시정부 내에서 갈등이 발생했으며 1925년 3월 임시정부 의정원이 이승만을 탄핵하였다.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나 1948년 7월 국회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 제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2004년에 처음 발의되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과 관련해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으며 야당인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은 연합하여 탄핵소추를 주장하였다. 2004년 3월 9일 국회의원 159인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 사유는 선거 중립 위반과 측근 비리에 대한 책임 등이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를 점거하며 표결을 저지하려 했으나 3월 12일 찬성 193표를 받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러나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늘면서 서울 광화문에서는 탄핵안 가결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일어났다. 4월 15일에 열린 제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며 국회 과반수를 얻었다.

2004년 5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노무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일부 헌법 조항과 공직선거법상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으나 탄핵결정을 내릴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정당성을 다시 박탈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중대한 요소가 있어야만 파면결정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2016년 12월 3일 우상호·박지원·노회찬 등 171명이 대통령(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다. 탄핵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 중 집무집행과 관련하여 다수의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다. 탄핵소추안에서는 공무상 비밀 문건 누설, 최순실 등 비선실세를 통한 국가정책과 인사권 등의 권력 남용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통령의 헌법준수의무를 위배한 것 등을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로 설명했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약 7시간 동안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고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것 역시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행위로 포함되었다.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로는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에 출연금 명목의 돈을 받고 유리한 조치를 시행한 혐의를 바탕으로 형법상 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이 있다.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었다. 투표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총 299명이며 투표 결과 찬성 234표, 반대 56표(기권 2표, 무표 7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 청구에 관해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인용결정을 내렸다. 결정 이유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하며 최순실(최서원) 이권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이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로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청구인(박근혜)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더 많으며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임명권 남용과 언론 자유 침해 부분에 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정치적 무능력이나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자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며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용남 법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