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MSI 패자조 3라운드 [Gen.G vs BLG]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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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MSI 패자조 3라운드 [Gen.G vs BLG] 리뷰

최주혁기자 기사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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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
-캐리형 탑을 고른 이유에 대한 BLG 탑 '빈'의 대답-

런던에서 펼쳐지는 2023 MSI 패자조 3라운드 Gen.G(이하 젠지)와 BLG의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LCK 1시드 젠지의 3:0 충격패. 스코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러 구간에서 차이가 난 경기였는데 1세트에서 가장 큰 변수가 생긴 건 탑 라인이다.

이 날 BLG의 탑 라이너 '빈'은 신기에 가까운 활약을 보였는데 1세트부터 잭스 vs 그라가스 라는 카운터 구도(후자가 유리, 심지어 빈은 잭스를 후픽으로 골랐다)에서 라인전을 압도한 후 결국 게임 전체를 장악했다.

기본적으로 그라가스의 E 스킬 '배치기' 때문에 잭스의 핵심인 도약이 저지 당한다. 그렇기에 라인전 단계에서 잭스가 그라가스를 이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데 심지어 이 그라가스는 단순한 카운터 챔피언이 아니라 젠지의 탑인 '도란'의 시그니처 픽이었다. 그럼에도 잭스에게 밀린 것.

성장한 잭스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젠지는 교전 호흡도 좋지 못했다. 콜이 엇갈린 것인지 교전에서 딜러들이 한 박자 늦게 합류해 패배하거나 고립된 포지션에서 쵸비의 리산드라가 잘리고 한타가 열리는 등 조직적인 교전 설계에서도 BLG가 앞섰다. 분명 경기 시작 전까지는 젠지의 픽들이 좋아 성공적인 밴픽으로 평가 받았고 상체 3인이 모두 시그니처 픽을 가져 갔기에 이렇게 경기 내내 밀리다가 지는 건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2세트에서는 역으로 빈이 시그니처 픽이자 오른을 상대로 유리한 그웬을 잡고 도란의 오른을 맞이했는데 이번에는 저렙 구간에서 아예 솔로 킬을 내 버렸다. 교전에서는 상대 원딜 페이즈의 아펠리오스를 자르면서 계속 크기 시작했고 성장한 그웬은 존재 자체로 젠지의 교전 구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페이즈의 아펠리오스는 사거리 면에서 JDG 엘크가 뽑은 징크스에 비해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기에 앞점멸이나 앞돌풍 등으로 돌진해야 했는데 그랬다간 그웬의 가위에 썰리는 상황이라 일반적인 구도에서는 딜을 넣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마저도 오공이나 애니 쪽에서 이니시에팅이 나온 뒤 오른이 앞 라인 역할을 해준다는 게 전제라 그냥 아펠 픽 자체가 불리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OP 챔피언 애니를 잡은 쵸비는 갱킹을 흘리는 본인의 강점이 나오지 않아 퍼스트 블러드를 내 주었고 라인을 정리하다가 그웬에게 잘리기도 했으며 한타가 열리기 전 진입하는 바이에게 너무 빨리 궁극기를 소진한 탓에 제 역할을 못했다.

피넛의 이니시에팅은 브라움의 뇌진탕 패시브와 징크스의 덫에 잡히며 오히려 경기를 끝내게 된 이니시가 되어 버렸고 오른은 솔킬 허용과 별개로 중요했던 바론 구간 한타 직전에 먼저 잘려 버렸다.

이러한 와중에도 페이즈는 브라움의 궁극기와 아리의 매혹 등 맞는 순간 점사가 예정된 cc기들을 무빙으로 피했고 서폿 '딜라이트'는 탐켄치로 킬각이 잡힌 아군들을 세이브하면서 BLG 징크스의 패시브 '신 난다'를 최대한 억제했다.

하지만 젠지는 지독하게 원딜을 노리는 그웬의 가위질과 용 처치 후 신난 상대 징크스의 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2세트도 내주고 말았다. 특히 JDG 서폿 온의 브라움은 경기 초반 포커싱에 잘리기도 하고 허공에 궁극기를 날리기도 하는 등 무결점은 아니었으나 아펠리오스의 돌진 화염포 Q를 계속해서 마크하면서 매우 높은 밸류를 보여 주었고 무리하게 진입한 오공을 뇌진탕으로 잡아 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3세트 젠지의 판단은 2연속 미드 애니. 바텀에서는 또 다시 아펠 vs 징크스 구도가 나왔다. 주류 픽이 아님에도 리그에서 내내 고정 밴을 당하던 온의 블리츠크랭크가 나왔고 빈까지 인베이드에 좋은 사이온을 픽한 덕에 JDG는 경기 초반부터 다이브 압박을 통해서 바텀 주도권을 가져 왔다.

하지만 빈의 사이온은 칼챔을 잡을 때만큼 무섭진 않았다. 킨드레드를 픽한 피넛은 무난하게 스택을 쌓았고 이번 세트에는 그웬과 브라움이 없어서 궁극기 밸류 및 라인전에서 어려움이 없던 도란의 오른과 함께 빈을 잡아 낸 뒤 그대로 전령을 풀어 글로벌 골드를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후 드래곤 교전 준비 과정에서 오른이 내려 오던 중 BLG에게 걸렸고 블리츠가 날린 그랩을 E로 피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하필 바로 뒤에 있던 킨드레드가 맞으면서 점사 당해 한타에서 대패했다.

3세트 온의 블리츠는 소문대로였다. 탑에서 또 다시 킨드레드에게 그랩을 적중시키며 양의 안식처를 뺀 뒤 한타를 열었고 결국 그 한타는 징크스의 쿼드라 킬을 가져 왔다. 이후에도 시종일관 시야가 없는 곳에서 압박을 주다가 바론 구간에서 딜라이트를 자르는 등 꾸준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결국 젠지는 2번의 바론 한타에서 모두 패하면서 넥서스를 내 주었고 BLG는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T1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경기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젠지의 우세가 점쳐 졌기에 젠지가 패배한 것 자체로도 예상 밖의 결과이다. 특히 G2와의 경기에서 지적됐던 BLG 원딜 엘크의 불안정함은 세트 내내 나왔던 크산테 밴과 메타 픽 징크스를 통해 회복한 경기력으로 지워졌다. 젠지의 원딜 페이즈는 패배하는 와중에도 분전했으나 결국에는 징크스가 훨씬 영향력을 갖추게 되어 상체 차이와 동시에 징크스 vs 아펠 구도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젠지는 이로써 리브랜딩 이후 LPL 상대 다전제 전패라는 기록과 2021 월즈부터 진행 중인 국제전 3연속 4강 탈락 기록이 이어지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다.

반면 BLG는 창단 최초로 진출한 MSI임에도 우승에 무척 가까워진 상태이다. 20일 한국 시간 기준 8시에 LCK 2시드인 T1과 경기를 치르며 이 경기를 승리할 경우, 이어진 21일에 같은 LPL의 징동과 결승 내전을 갖게 된다.

월드 챔피언십 다음으로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MSI는 이제 단 두 경기만을 남겨 둔 상태이다. 2023 MSI의 주인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