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채권 설정된 부동산을 소유권 없는 채권자가 임의처분해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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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채권 설정된 부동산을 소유권 없는 채권자가 임의처분해 물의

유영철 기사등록일 :
- 용인, 임광 그대家크레던스 둘러싼 논란
- 세입자들 “기존 선채권보다 임대보증금 우선 돌려받나…” 우려


다수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아닌 우선수익권(우선순위 채권)만을 가진 채권자가 임의로 해당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해 위법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문제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선(先)채권이 설정돼 있어서, 새로이 임대계약 등을 체결하는 세입자들이 나중에 계약만료 때 과연 기존 채권보다 우선순위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경기도 용인시 지석역의 ‘임광 그대家크레던스’ 아파트.

이 아파트는 대한토지신탁이 관리신탁을 맡고 국민은행이 PF(부동산개발) 자금을 대어 조합주택으로 건설됐다. 건설사는 임광토건.
임광은 총 554세대를 지었으나 이중 90세대가 미분양 됐다. 또 154세대는 분양이 됐어도 수(受)분양자들이 중도금까지만 치르고 입주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임광 측은 부도가 났고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임광의 부도 이후 이 사업 전반에 대한 대출채권을 가진 국민은행은 채권을 12개 저축은행에 넘겼다. 저축은행들이 대거 퇴출되는 사태 이후 앞서 대출채권은 다시 예금보험공사로 이관됐고, 예금보험공사의 공매를 통해 최종적으로 P사와 L사 등 2개 회사로 넘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들 두 회사는 미분양 90세대와, 수분양자들이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떠안고 있는 154세대에 대해서도 우선수익권자 지위를 갖게 됐다.

이들 회사는 그동안 채권 인수과정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 초기부터 이 사업의 관리신탁을 맡아온 대한토지신탁에 대해 “아파트를 공매에 붙여달라” 의뢰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이 가진 채권(우선수익권)을 대한토지신탁에 이관하는 대신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고자 했다. 채권과 아파트소유권의 ‘맞교환’을 제안한 것이다.

대한토지신탁은 등기부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미분양 90세대에 대해서는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입주를 포기한 수분양자들이 이미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선채권으로 떠안은 154세대에 대해서는 그같은 ‘맞교환’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한토지신탁은 ”(두 회사가) 채권 아닌 현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고, 설사 공매가 이루어져 대금이 들어온다 해도 그것으로 두 회사의 채권(우선수익권)부터 전액 변제할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154세대에 대한 기존 수분양자들과 채권 변제의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투입된 채권인수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게 된 두 회사는, 대한토지신탁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지난해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예의 154세대 아파트를 채권양수도 형식으로 개별 매매 또는 임대하는 ‘직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이 아파트의 기존 분양가보다 무려 30∼50%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아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자신들이 소유권을 갖지 않은 신탁재산을, 우선수익권자라는 지위만으로 자기재산처럼 임의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신탁 및 거래 관행 및 판례상 불법행위일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우선수익권을 가진 채권자는 채권 변제시 우선권을 갖는다. 그러나 우선수익자 자신이 직접 신탁재산을 처분할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는 게 관행이다. 판례 등에 따르면 우선수익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시 신탁재산의 처분을 ‘(신탁사에) 요청’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도 부동산 소유권을 갖지 않은 채권자의 부동산 임의처분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대 부동산학과 S교수는 “신탁사 소유 부동산을 우선수익권자라고 해서 임의로 매매 또는 임대 처분하는 것은 권리행사의 한계를 넘어선 위법행위라 볼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같은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앞서 입주포기 154세대에는 수분양자들이 기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이 선채권으로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새로이 아파트 임대계약을 맺는 세입자의 경우 나중에 이 선채권과 임대보증금 간 변제 우선순위를 둘러싼 다툼 등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주민 C씨는 “지역의 다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전세비가 낮아 들어왔다”면서도 “회사 측에서 나중에 선채권보다 먼저 임대보증금을 지급하겠다, 계약서에 약속(명시)하고 있지만 혹시 어떤 문제는 없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선수익권자의 신탁재산 임의처분의 법적 타당성 여부를 가리고, 향후 임대보증금을 둘러싼 피해발생 등을 막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절한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아파트를 매매-임대 중인 이들 두 회사는 각기 H씨, L씨가 대표이사로 되어 있으나 대주주인 A씨가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 사안 전반에 대해 A씨 측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A씨 측에서는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토지신탁 역시 공문을 보내는 등 기자의 거듭된 연락에도 “사안을 검토 중”이라는 대답만 내놓고 더는 반응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