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과정 내' 출제, 과연 물수능 시그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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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과정 내' 출제, 과연 물수능 시그널인가

최주혁기자 기사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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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교육부는 최근 3년간 수능 및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소위 킬러문항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교육 축소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며칠 간 혼란을 가져왔던 정부의 교육 개혁 선언은 공교육의 강화와 교과 과정을 벗어난 문항의 출제 배제, 그것을 통한 사교육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교과 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주로 킬러 문항을 가리킨지라 일부 수험생 및 단체에서는 쉬운 수능, 소위 물수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왔다. 지나치게 쉬운 수능은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어서 제대로 수험생들의 실력을 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변별력은 갖추되' 교과 과정 내에서 출제한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26일 교육부 브리핑에서 변별력 확보를 언급했고 브리핑의 주된 초점은 쉬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 사교육 간 격차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교과 과정 범위 안에서 변별력을 갖춘 문항은 무엇이 있을까. EBS 연계 교재로 불리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교과 과정으로 삼는다면, 26일 브리핑에서 킬러 문항으로 소개한 2022학년도 국어 영역의 독서 지문 '헤겔'이 그렇다. EBS 연계 교재 수능완성의 지문 중 하나인 '헤겔' 지문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소재와 표현으로 현 정부의 출제 방향과 거리가 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EBS 안에서 나왔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높은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이다.

수학의 경우는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고난도 문항 번호들인 14번과 21번 문제가 EBS 교재인 수능특강에서 연계 되었던 적이 있다. 특히 ㄱ,ㄴ,ㄷ 조건의 참 거짓을 따져야 하는 14번은 당해 연도 수능특강 84쪽 3번 문제와 조건이 매우 유사해서 연계 체감 정도가 높은 문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번은 오답률 12위 (14번 문항은 객관식이다), 21번은 오답률 2위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변별력을 갖춘 바 있다.

마땅한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도 있다. 2022학년도 수능 수학의 경우 기존의 킬러 문항 번호인 22번과 30번 등의 난도가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는 물론 개정 수학 이전의 시험에 비하면 다소 쉽게 출제 되었으나 다수의 준킬러 문항으로 인해 중위권들이 심각한 기복을 보인 시험이다. 킬러 문항이 없어진 시험지가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무작정 어렵다고 변별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교육 지출 26조의 시대이다. 대가를 지불하고 좋은 교육을 받으려는 개인의 의지는 훌륭하지만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공교육만 받은 학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면 그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킬러를 배제하고 교과 과정 내에서 출제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어디까지나 지나친 사교육 의존에 대한 개혁일 뿐, 물수능을 통해 절대적으로 쉬운 시험을 지향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 날 브리핑에서 변화에 대한 공포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일부 단체에 흔들리지 말고 준비하던 과정들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첨언한 바 있다. 수험생들은 시험에 대한 난도를 예상하면서 편중된 공부를 하기보단 기존에 해온 대로 교과 과정에 충실한 학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