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의 소리] 임차보증금 미회수 ‘배 이상’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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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의 소리] 임차보증금 미회수 ‘배 이상’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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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의 소리] 임차보증금 미회수 ‘배 이상’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주택 임차보증금 미회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용 건물 공매 후 185억원의 임차보증금이 미회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1억원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회수 건수도 195건으로 전년(141건)에 비해 38.3% 증가했다. 이 중 37건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미가입자가 전세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하려면 경·공매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징수법상 집이 공매로 팔리면 가장 먼저 미납 세금이 변제되고 남은 금액에서 전·월세 계약 순서대로 보증금이 분배된다. 세금을 빼고 남은 금액이 없으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 매각 가격이 하락하자 그만큼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보증금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부동산 하락세가 가파른 수도권에서 미회수 보증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8년 전체 보증금 미회수 건수 중 수도권 비중은 42% 정도였지만 지난해엔 72.8%까지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률은 10%로 전국 평균(8%)보다 높다. 캠코 관계자는 “공매 주택의 재산 가치가 높아야 보증금 회수가 가능한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각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수록 이같은 위험은 확산될 전망이다. 통상 임대인은 전세금을 투자 또는 빚 상환에 쓰면서 임대차계약 2년 만기 후 재계약 보증금을 인상해 새로운 현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차액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가 됐다. 현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의 체납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미납세금보다 임차보증금을 우선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미 발생한 상당수의 전세사기 피해는 구제되기 어렵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공매로 매각되는 주택에 대해 세입자가 주민센터에서 받은 확정일자가 당해 미납세금 발생일보다 앞서면 당해 세금보다 세입자 보증금을 먼저 갚도록 했다. 그러나 체납 사실을 알기 어려운 구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보증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