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소리] 네이버, ‘뉴스 콘텐츠 착취, 지식재산권 강탈’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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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소리] 네이버, ‘뉴스 콘텐츠 착취, 지식재산권 강탈’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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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소리] 네이버, ‘뉴스 콘텐츠 착취, 지식재산권 강탈’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언론사의 사전 동의 없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뉴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조항을 뉴스콘텐츠 제휴 약관에 추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네이버는 최근 뉴스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에 '뉴스콘텐츠 제휴 약관 개정안'을 이메일로 전달한 뒤 "4월 30일 자정까지 별도의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개정될 제휴 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네이버는 이 개정안 제8조 3항에서 "네이버는 서비스 개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직접, 공동으로 또는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단, 네이버의 계열사가 아닌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사전에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네이버가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만 사전 동의를 얻겠다는 것으로, 네이버 혹은 자회사나 계열사가 연구개발 목적으로 제휴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를 가져다 쓰는 것에는 제약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운용 중인 네이버는 2018년 하이퍼클로바의 학습을 위해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사용자가 제공한 콘텐츠를 인공지능 분야 기술 연구 등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네이버 및 네이버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사용자 약관에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언론계에선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AI(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서치GPT'를 개발 중인 네이버가 제휴사들의 뉴스콘텐츠를 서치GPT의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 이 같은 약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네이버가 뉴스콘텐츠를 아무런 제약 없이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 조항'이 새 약관에 담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단체들은 "언론사와 상의도 없이 약관을 변경하는 것은 언론사의 '지식재산권'을 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네이버의 일방적 약관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네이버가 사전에 약관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네이버가 통보한 약관 개정안 일부 조항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네이버에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서 "'서비스 개선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향후 언론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포장으로 모든 네이버 계열사와 향후 네이버에 편입되는 계열사에서 제휴사의 뉴스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약관을 규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보의 활용 범위를 벗어나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픈AI가 뉴욕타임스, BBC, CNN 등의 뉴스콘텐츠를 '챗GPT'의 학습에 활용하면서 '저작권 분쟁'이 일어난 예를 들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이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뉴스 서비스 외에 정보를 활용하는 부분은 언론사에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도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네이버의 뉴스콘텐츠 제휴 약관이 5월 1일부터 그대로 시행된다면 네이버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이 언론사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며 "네이버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 언론사의 지적재산권·자율권·편집권 침해 행위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여 년간 네이버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각 신문 방송사 기자, PD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제한 단체는 "네이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각 언론사의 콘텐츠 착취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이버가 자사 뉴스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언론사의 뉴스콘텐츠에 네이버가 아닌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주소(URL)나 큐알(QR) 코드 등을 넣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역시, '언론 자율권'과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뉴스콘텐츠 제휴 약관 개정안' 9조에 '뉴스콘텐츠 관련 추가 정보 확인을 위해 이용자가 언론사 등 제3자의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단체는 "그동안 뉴스 픽업 및 배치에 대해 불명확한 알고리즘의 문제점이 줄곧 지적됐음에도 네이버는 'AI가 기사를 배치한다'는 논리로 비난을 피해왔지만, 정말 공정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며 "수많은 기사에 붙여진 허위정보성 댓글, 여기서 비롯된 각종 부작용 방치 행위가 국내 최고의 포털인 네이버가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네이버가 언론사들을 여전히 하청업체로 보고 일방적으로 약관 개정을 강행할 경우 공정위 고발은 물론, 국회 청문 및 법 개정 추진 등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