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리] 잊혀져 가는 ‘우키시마호’


'우키시마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태운 '귀국 1호선'이었다. 1945년 8월 일제의 패망 직후, 일본에 강제동원돼 끌려갔던 우리 국민들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8월 22일, 일본 아오모리 오미나토항을 출발한 배는 부산이 아닌 남쪽 교토 방향으로 항로를 틀었다. 이틀 뒤인 8월24일, 교토 북부 마이즈루시 앞바다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배가 두 동강이 났고, 고향땅을 밟을 기대에 부풀어 있던 우리 국민 수천 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미군이 깔아 놓은 기뢰에 부딪혀 배가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결과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산항으로 간다던 배가 왜 돌연 항로를 바꿨는지, 사고가 난 해역에서 우키시마호 외에 다른 배는 왜 모두 무사했는지, 사고 바로 직전 일본 해군은 왜 고무보트를 타고 배를 빠져나갔는지, 출항 당시 연료는 왜 편도 운항만 가능한 양을 채웠는지, 어느 것 하나 해명된 게 없다.

당시 일본 해군이 작성한 해도는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마이즈루는 일본 해군 기지가 있던 곳이다. 해군 함정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미군 기뢰를 모두 제거한 안전항로를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해 놨다. 우키시마호가 폭발한 곳은 안전항로 한 가운데였다.

정확한 희생자 규모도 모른다. 일본 정부는 3,725명이 승선했고, 사망자는 524명, 실종자는 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승선자는 5천~8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1만 3천여 명이 탔다는 말까지 있다. 승선자 명부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마이즈루 주민들은 "시신이 해변가로 엄청나게 밀려 들었다"고 했다. 일본 해군이 시신을 엄청나게 묻었다, 바닷가에 시신을 잔뜩 쌓은 뒤 기름을 뿌려 화장했다, 시신에 무거운 것을 매달아 수장시켰다. 당시 사고해역 인근 주민들이 과거 지역 언론 등에 전했던 목격담 내용이다.

1992년 생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이 열린 교토지방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생존자 15명에게 1인당 300만 엔의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판결은 2003년 오사카 고등재판소에서 뒤집혔다. 일본 정부가 안전하게 귀환시킬 책임이 없고, 한일기본조약으로 보상도 모두 끝났다는 이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