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의 소리] ‘눈뜨고 코 베는 세상’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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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현장의 소리] ‘눈뜨고 코 베는 세상’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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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현장의 소리] ‘눈뜨고 코 베는 세상’


자신의 농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의 말에 속아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가 매매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건이 발생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즉시 매매대금을 지급한다는 말에 속아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 화근"이라며 "눈뜨고 코 베는 세상"이라고 한탄했다. 다행히 급히 조치를 취해 일당 3명은 구속기소됐다.

사기를 당한 A씨는 여주시 소재 토지 13필지 약 2천700여평을 매도하기 위해 모 법무사 사무실에서 매수인 B씨를 만나면서 사건에 휘말렸다. 이 자리에서 매수인 B씨는 12억원에 A씨의 농지를 매수하겠다며 계약을 맺으면서 해당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발급받는 데에 10여일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에 토지를 타인에게 매도하거나 압류가 들어오면 안되니 형식적으로라도 근저당권을 설정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저당권 설정 등기 신청 서류를 접수하면, 그 즉시 토지 대금 12억원을 일시로 지급해주겠다"고 A씨를 속였다.

A씨는 거래계약을 치르는 법무사 사무실에 B씨 외에도 B씨가 데려온 또 다른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 등이 함께 있었고, 사무실 바로 앞에 법원 등기소인 수원지법 여주지원 등기계가 있어  큰 의심을 하지 않고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했다. 이후 법원 등기소에서 근저당권 설정 신청을 완료했지만, B씨는 "곧 입금해주겠다"고 한뒤 전화통화를 핑계로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그 길로 사라져버렸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기를 당한 것이다. 확인 결과 A씨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은 채권자를 수도권의 한 대부업체로, 채무자를 B씨로 하는 채권 최고액 15억원 상당으로 돼 있었다. 근저당권 설정 신청은 B씨 측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가 법원 등기소에 방문해서 했다. B씨는 이를 이용해 대부업체에서 6억원 상당을 대출받아 잠적해버렸다.

A씨는 아무리 기다려도 B씨가 돌아오지 않자 1시간이 지나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곧바로 법원 등기소로 가 근저당권 설정 취소를 요청하는 한편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A씨의 요청에도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내줬다. A씨는 "사건 당일 법원 등기소로 가 피해를 알리고 근저당권 설정 취소를 요청하면서 경찰에 고소한 사실까지 말했는데 등기를 내주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성토했다. 법원 등기소 관계자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므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사기 혐의로 B씨를 지난 3일 구속기소 했다. 앞서 B씨와 범행을 공모한 C씨와 D씨도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 중 가장 먼저 기소된 C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B씨 등에 대한 재판이 한창인 가운데 A씨의 추가 고소에 따라 경찰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B씨 측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와 대부업체 알선인 등 4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이 대출받은 후 잠적해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