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소리] 'LA총영사관 직원 성추행' 2심서 무죄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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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소리] 'LA총영사관 직원 성추행' 2심서 무죄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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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소리] 'LA총영사관 직원 성추행' 2심서 무죄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의 부총영사급으로 재직하던 고위간부가 계약직 직원을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인 벌금형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1심은 "CCTV 장면 등을 볼 때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추행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소속의 고위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6월23일께 음주를 겸한 회식을 마친 후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직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B씨를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으로 적용돼 재판 과정에서 강제추행이 아닌 준강제추행 혐의로 공소 사실이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성추행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해 사람을 추행하는 것에 대해서 처벌하는 법리로 이뤄져 있다. 물론 폭행이나 협박이 가벼운 신체접촉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준강제추행죄의 경우 폭행과 협박의 요건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 여기서는 대신에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을 추행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심신상실이라는 것은 심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모종의 사유로 인하여 의식이 없는 상황, 잠이 들었을 때, 술에 너무 과하게 취해서 의식이 불명한 상태 등을 말한다. 이러한 때에 사람을 추행하는 것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강제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

1심은 당시 B씨가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당시 A씨의 B씨를 상대로 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장면이 폐쇄회로 CCTV에 모두 담겨있다는 점을 들어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재한 회식 자리에서 술에 만취해 저지른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보일 여지가 많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이 든다"며 "행위 자체가 도덕적 판단을 넘어 형사법적으로 범죄에 이를 정도냐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식을 주재한 상급자가 술에 취해 걷지도 못하는 하급자를 부축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추행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문제가 된 영사관 후문 앞에서 B씨와의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모질게 대하느냐'는 취지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