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의 소리] 회사 간부가 '사표 써' 반복했다면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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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의 소리] 회사 간부가 '사표 써' 반복했다면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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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의 소리] 회사 간부가 '사표 써' 반복했다면


`사표 쓰라`는 회사 간부의 반복된 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회사가 방치했다면 이를 해고 의사표시로 볼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버스기사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해고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해 노동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전세버스회사에 입사해 주어진 업무를 두 차례 무단으로 빼먹었다가 회사 관리팀장으로부터 "사표 쓰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관리팀장의 사표 언급이 반복되자 "해고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관리팀장은 "그렇다"며 "사표 쓰고 가라"고 했다. A씨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고 회사 측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3개월 뒤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자 회사 측은 돌연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 근무 독촉`을 통보했다. A씨는 사측에 부당해고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앞선 3개월 간 임금을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뒤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관리팀장에게 해고 권한이 없고 "사표 쓰라"는 발언은 홧김에 나온 우발적인 말이라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대법은 "원고에게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회수한 것은 그로부터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사표 쓰고 나가라`라는 말을 반복한 것은 원고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가 인력 부족으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3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에야 출근을 독촉했다는 점 등을 볼 때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 해고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 사유 등을 통지한 적은 없으나 서면 통지는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의사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