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의 소리] '50년 기다림'.....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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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의 소리] '50년 기다림'.....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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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의 소리] '50년 기다림'.....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춘천지법 형사1부는 불과 며칠 전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피해자들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러나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재판에 출석한 32명의 피해자는 단 10분 만에 법정을 빠져나와야 했다. 재판이 연기된 것이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 중에는 93세도 있었지만, 피고인석에 서보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재판을 손꼽아 기다리고, 이른 새벽부터 전국에서 달려온 피해자들이지만 법정 밖으로 내몰린 탓에 "억울한 누명을 다시 쓰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이들은 곧바로 검찰의 무성의한 재판 준비 태도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이 ‘50년 기다림’의 재심 사건 첫 재판에서 검찰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재판이 연기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태껏 재판부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조차도 사건에 대한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태라면 인정신문을 진행하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 불가피하게 재판을 연기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곧장 춘천지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사건은 지난해 9월 7일 재심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거쳐 같은 해 11월 7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재심 결정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았다는 건 검찰이 재심 결정문에 있는 내용을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4개월이 지난 3월 기일에 와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첫 기일에 와서 아무런 준비가 안 됐으니 기일을 다시 잡아달라는 게 과연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며 "춘천지검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가서 검찰총장의 입장을 묻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과 피해자들은 4월 중으로 대검찰청과 법무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공판검사과 공판부장검사, 검사장 등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 유기로 고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