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의 소리]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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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의 소리]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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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의 소리]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


윤석열 대통령께

2023년 1월 26일 한국의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31개국이 사형제 폐지 또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는 2017년 11월 9일 한국의 지난 제3차 UPR 중 26개국의 권고에 이어 국제공동체의 커가는 공감대를 다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지난 25년간 사형 집행이 없는 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하여 사형을 폐지할 것을 재차 호소합니다.

우리는 또한 2022년 12월 15일 한국이 사형 존치국의 사형 폐지를 목표로 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및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 가입 고려를 호소하는 유엔 총회 결의 77/222호 표결에 찬성한 것에 주목하고 환영합니다.

사형제 폐지는 분명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한국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이 있었던 1997년말 법적 및 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총 102개국(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총 61개국)이었습니다. 2007년말 한국이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된 2007년말 법적 및 실질적 사형 폐지국은 총134개국(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총 91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말 그 수는 더 늘어나 총 144개국(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총 108개국)이 되었습니다.

이 글로벌 트렌드는 유엔 총회에서의 표결 패턴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유엔 총회는 사상 최초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인 결의 62/149호를 찬성 106표, 반대 46표, 기권 34표로 채택하였습니다. 2020년 12월 한국은 찬성 123표, 반대 38표, 기권 24표로 채택된 결의 75/183호에 찬성함으로써 격년으로 채택되어 온 결의 찬성국 대열에 처음으로 합류하였습니다. 2022년 12월 결의 77/222호는 역대 최다인 찬성 125표, 반대 37표, 기권 22표로 채택되었습니다.

우리는 사형 집행이 생명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존중할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합니다. 1993년 11월 23일 이후 거의 30년간을 사형 판결 하에 살아온 원언식 씨를 포함하여 59명이 여전히 사형수로 있는 것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방지할 한국의 국제법적 의무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최근 “사형수 현상(death row phenomenon)” (가혹한 감금 여건에서 임박한 사형 집행을 기다리며 장기간 사형수로 지내는 데 따른 심리적 효과)이 오랫동안 비인도적 대우로 규정되어 온 것을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앞서 1989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소어링 대 영국(Soering v. United Kingdom) 사건에서 이를 근거로 미국으로의 조건 없는 범죄인 인도를 막은 바 있습니다.

어떠한 형사사법체계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 검찰, 법원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및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오심을 막지 못했습니다. 무죄가 밝혀진 사람은 언제든지 감옥에서 석방될 수 있지만 사형에 처해진 경우 되살릴 수 없습니다. 블랙스톤의 유명한 법언대로 10명의 죄인이 형벌을 면하는 것이 1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보다 낫다면 당연히 10명의 죄인이 사형을 면하는 것이 1명의 무고한 사람이 처형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우리는 또한 국회의원들이 1999년 이후 현 제21대 국회를 포함하여 매 대마다 총9건의 사형 폐지법안을 발의하고, 2018년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 가입 지지 결의안을 발의한 것에 주목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1996년 7대 2 표결(95헌바1), 2010년 5대 4 표결(2008헌가23)로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헌법재판소는 현재 계류 중인 사건(2019헌바59)에서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사형제 폐지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유엔 총회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 지지에 걸맞게 사형 폐지를 위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즉각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공식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
모든 사형 선고를 형기로 감형할 것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를 목적으로 다양한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한 모든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할 것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를 비준할 것
우리는 또한 한국이 사형 선고가 내려질 위험을 포함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한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사형 존치국으로의 추방 및 범죄인 인도를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2002년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로저 저지 대 캐나다(Roger Judge v. Canada) 사건에서 “[사형에 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조] 제2항에서 제6항의 예외는 “사형을 폐지하지 아니하고 있는” 당사국만이 원용할 수 있다. 사형 폐지국의 경우, 사람을 실존하는 사형 집행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형 폐지국은 개인들에게 사형이 선고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경우, 이들을 사형 집행의 방지 보장 없이 추방이나 범죄인 인도를 통하여 자국 관할권으로부터 퇴거시킬 수 없다”고 한 것에 주목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