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소리] 긴급조치 9호,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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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소리] 긴급조치 9호,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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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소리] 긴급조치 9호, 진행형....


반세기가 거의 가까운 소위 ‘긴급조치 9호’에 대한 재평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마전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하면서 '화해간주조항' 효과가 발생해 선행소송이 각하판결을 받았더라도, 위헌결정이 있었던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주목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 관련 과거사 사건 피해자 A씨가 정신적 손해 부분에 대해 위자료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고 그 여파가 이어졌다. A씨는 1976~1977년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2005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해 보상금 약 145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는 2013년 재심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후 같은 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했으나, 구 민주화보상법상 화해간주조항을 이유로 각하판결을 확정받았다.

화해간주조항은 국가배상에 관해 동의 후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 화해간주조항 중 정신적 손해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고, 이에 A씨는 다음 해인 2019년 국가를 상대로 2차 국가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유신정권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 여부는 관련자 5명이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재심'을 두 번이나 했다.

긴급조치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 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는 국미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입장이었다.

아울러 당시 법원은 지금은 위헌이 됐어도 긴급조치9호가 발령된 당시에는 그게 법이었던 만큼 그 법을 따라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을 구금하고 사법처리한 것도 책임져야 할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씨는 국가배상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함께 냈다. 보상금을 준 걸로 국가의 책임을 다한 걸로 본다는 민주화보상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A 씨뿐만 아니라 많은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이 비슷한 헌법소원을 함께 냈다.

그 결과 2018년 헌재는 민주화보상법 일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즉 긴급조치9호로 인한 다른 손해는 보상한 걸로 인정하더라도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별도로 국가가 해줘야 한다는 판단을 헌재가 내렸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두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은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법원 선고가 나온 이후로 긴급조치9호 피해자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선고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