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의 기상칼럼] 계절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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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의 기상칼럼] 계절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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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봄은 여자, 가을은 남자

봄은 김소월, 가을은 이효석

봄은 산문, 가을 시

봄은 토인비, 가을은 슈펭글러

봄은 슈베르트, 가을은 베토벤


언뜻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만 떠올려봐도 두 계절은 이렇게 다르다.

이처럼 봄과 가을은 그 느낌과 속성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떤 한 시점의 기상 조건에 있어서는 비슷한 점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완연한 봄인 4월 중순과 가을의 절정인 10월 중순은 평균 기온이 섭씨 13도 안팎에 습도도 60~70퍼센트 수준으로 사람에게는 가장 쾌적한 기상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과 가을이 사람에게 각각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가?

그 주요한 원인은 계절의 흐름이 반대인 것과 그에 따른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봄은 추운 겨울을 벗어나는 과정이고 가을은 무더운 여름에서 다시 겨울로 진입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온이 점차 오를 때와 수은주가 서서히 떨어질 때의 기상 변화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기온과 습도의 오르내림이나 낮과 밤의 길이가 변하는 것 또는 주변 환경이나 동․식물 세계의 변화는 사람의 감정에 미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봄에는 기쁨과 희망적인 감정이 저절로 솟는 반면, 가을이 되면 마음은 상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 등이 그 예다. 우리가 봄꽃인 개나리나 진달래에서는 화사함과 발랄함을 느끼지만 가을꽃인 국화나 코스모스를 보면 그윽함과 청초함을 연상하는 것도 계절이 주는 영향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기온이 점차 내려가고 잇을 때보다는 올라가고 있을 때가 자극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봄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격정적으로 변하는 반면, 가을이 되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의학자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봄에는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서 햇살에 세어지는데, 이 때 강한 햇빛이 간뇌를 자극해서 이 자극이 뇌하수체로 전달되어 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에는 수은주가 점차 떨어짐에 따라 여기에서 느껴진 찬 감각이 간뇌의 각성 중추를 자극해서 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해 주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작용으로 사람은 한여름의 불볕더위엔 누구나 공격적이지만 가을이 되면 감각과 사고가 또렷해진다.

계절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이를 광고 등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법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나 아직은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날씨만큼 수시로 바뀌는 현대의 소비자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려면 기상 심리학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