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法律] 인과관계 (因果關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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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事法律] 인과관계 (因果關係)

함용남 기사등록일 :
인과관계는 어떤 결과가 어떤 행위를 통하여 발생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불가분의 관계를 말한다. 형법상 인과관계는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실질범)에 있어서만 문제로 되며, 거동범(형식범)에 있어서는 거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형법 제17조에서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대표와 관계자 등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라돈 침대 사용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상해·업무상 과실치상·사기 등 혐의로 고소당한 대진침대 대표 A씨와 납품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혐의없음’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A씨 등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로 침대를 제작·판매해 이를 사용한 고소인들에게 폐암, 갑상선암, 피부 질환 등의 질병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인 사실은 인정되나 갑상선암·피부질환과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면서 “폐암은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유전·체질 등 선천적 요인과 식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암이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닌 만큼,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학설이 대립되는데, 대표적인 학설은 조건설·원인설·상당인과관계설이다. 조건설은 만일 그러한 행위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도 없었으리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그 결과는 그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인설은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특히 원인으로 되는 것과 단순한 조건을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한다. 상당인과관계설은 사회생활상의 일반적인 생활경험에 비추어 그러한 행위로부터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

상당인과관계설은 무엇을 상당성 판단의 기초로 하느냐에 따라 주관설·객관설·절충설로 나누어진다. 주관설은 행위 당시에 행위자가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을 기초로 하여 상당성을 판단하려는 견해이고, 객관설은 행위자의 주관적 인식에 관계없이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행위 당시에 있었던 모든 사정을 기초로 하여 상당성을 판단한다는 견해이며, 절충설은 행위 당시 일반인이면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과 행위자가 특히 인식했던 사정을 다같이 기초로 하여 상당성을 판단하려는 견해이다.

이와 관련 인과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를 살피면 대법원은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던 소방공무원 갑이 어지럼증과 구음장애, 왼쪽 얼굴 감각손실, 보행장애 등이 발생하여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다가, 그 후 당직실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다시 소뇌위축증을 진단받고 공무상요양 승인신청을 하였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불승인 처분을 한 사안을 다루었다.

이 사안에서, 갑이 소방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 소뇌위축증에 걸릴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없는 점, 갑이 수행한 화재진압 직무의 특성으로 인하여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점, 현대의학에서 소뇌위축증의 발병원인을 명확하게 찾고 있지는 못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의 흡입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발병원인의 하나로 추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갑의 공무수행과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나아가 대법은 공무원연금법에 정한 공무상요양비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 중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다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무원이 공무집행과 관련하여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의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근무장소에 발병원인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근무장소에서의 근무시간, 질병이 직무수행 환경 등의 공무상 원인이 아닌 다른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함용남 법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