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法律] 해제 (解除)

경제 뉴스


[時事法律] 해제 (解除)

함용남 기사등록일 :
해제는 계약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해지 역시 계약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다만 해제는 계약이 소급하여 처음부터 사라지는 것이고, 해지는 계약이 소급하여 처음부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지 시점부터 미래를 향하여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제와 해지의 차이는 효력이 소급하느냐 않느냐의 차이이다.

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뉴스테이 개발 사업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의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데서 비롯됐다. 현행법상 촉진지구 지정이나 사업 추진 과정 중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관계 기관이 요구한 보완 사항을 시행사 측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지구해제를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한편 해제와 해지에서 소급여부는 계약이 사라짐에 따른 책임소재의 발생 때문에 중요하다. 즉 손해배상 의무와 책임이 따르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계약의 처음으로 돌아가 소멸하는 해제는 바로 이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고 계약이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해지는 손해배상 의무와 책임이 없는 것이다.
 
예컨대 5월 1일에 A의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약정한 B는 계약금 1억원을 A에게 입금 후 6월 1일에 중도금을 치르고 7월 1일에 잔금을 치른 후 입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B는 6월 1일에 중도금을 치르지 못하였고 이로써 계약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계약 파기에 원인이 있는 B는 입금했던 계약금 1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하여 A에게 귀속되며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 계약이 처음으로 돌아가 없어졌기 때문에 손해배상 의무도 함께 생긴 것이다.

해지의 예를 들면 2년 약정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C는 1년 만에 또 다른 새로운 모델이 갖고 싶었던 차에 다른 통신사에서 좋은 조건이 눈에 들어와 갈아타기로 했다. C는 처음의 통신사를 해지하고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게 된 것이다. 이때에는 장래의 계약을 소멸하는 해지라는 용어를 쓰게 된다. 2년 계약 중 1년이 지났고 나머지 1년에 대해서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므로 앞으로의 계약만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으로 돌아가 계약을 파기된 원인을 물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약정에 따른 위약금은 별도 문제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의 법리를 살피면 대법원은 영국 계약법에서는 이행기 전 계약위반의 법리를 인정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즉 계약이 성립한 후 이행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부당하게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면, 상대방은 즉시 장래의 이행의무에서 벗어나 계약을 해소(이는 우리 민법상 해제와 해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하고 계약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행거절은 계약이 성립한 후 이행기 전에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을 표명하는 말이나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의 계약상 의무 이행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사실확정 문제로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계약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채무자가 자신의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완전히 거절하고 이를 저버리려는 의도를 표명하였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명시적으로 하거나 특정 행위나 말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행위나 일련의 행동을 통하여 묵시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행거절은 명확하고 분명하며 확정적이어야 한다. 당사자가 계약의 이행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명백하고 확정적인 거절의 의사표시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의 입장이다. [함용남 법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