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의 소리] ‘수천만원 전세금 전액 날릴 판’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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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소리] ‘수천만원 전세금 전액 날릴 판’ - 함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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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소리] ‘수천만원 전세금 전액 날릴 판’


정부가 소액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 중인 최우선 변제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탓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가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천 미추홀구 A아파트의 경우 전체 60세대 중 무려 58세대가 경매로 넘어간 상태다. 이 가운데 대책위에 가입한 47세대의 62%에 달하는 29세대가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추홀구 B아파트도 총105세대 가운데 100세대에 경매가 진행 중인데 20세대는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가 무작위로 431세대를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는 132세대(30.6%)가 최우선 변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우선적으로 일정 보증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 기준은 서울이 1억6천500만원, 과밀억제권역이 1억4천500만원, 광역시는 8천5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7천500만원이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올해 2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괄적으로 보증금액을 1천500만원씩 올렸다. 하지만 최우선 변제금은 해당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이 기준이어서 계약 갱신으로 보증금이 올라 최우선 변제 기준보다 높아지면 이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지난 17일 숨진 A(31·여)씨도 2019년 계약 당시 전세금이 7천200만원이어서 경매로 넘어가도 2천700만원이나마 최우선 변제 보증금액으로 건질 수 있었지만 2년 뒤 재계약 때 전세금이 올라 보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2021년 재계약 때 9천만원으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응했다가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한 푼도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었다.

이번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가 최우선 변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사기 피해 매물의 경매 일정 중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최우선 변제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