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칼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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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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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특허 법무 대학원. 전 한국발명진흥회 이사. 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현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명창 박동진 선생이 남긴 명언 중의 명언이다. 또 오래전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임권택 감독은 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전통적인 것을 현대화해 성공한 아이템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식품이고, 전통식품을 현대화해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비락식품이 출시한 식혜와 수정과다. 1993년 처음 출시된 식혜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한국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일개 중소 유제품 생산업체에 불과했던 비락식품을 굴지의 식품회사로 끌어올린 이 효자 상품은 당시 전통을 현대화한다는 치밀한 기업전략이 빚은 성공사례다.

비락이 전통식품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단팥죽을 출시하면서부터. 단팥죽으로 의외의 성공을 거둔 비락은 서서히 전통식품의 현대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런 관심이 절대적인 호기를 맞은 것은 당시 이른바 ‘신토불이’ 바람이 분 것이다. 이즈음에 비락의 신제품 개발부는 단팥죽에 이은 새로운 전통식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은 것이 음료분야였다고 한다. 커피나 콜라 같은 습관성 음료에 외산 음료가 판을 치고 있던 때라 제대로 된 국산 음료를 만들어보겠다는 기획의도였다.

당시 비락이 신제품 개발에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전통식품일 것, 신제품일 것, 시대의 흐름을 타는 상품일 것, 원료를 국내에서 손쉽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할 것 등 4가지 조건이었다. 이 4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 일반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로 꼽힌 것이 식혜와 수정과였다. 특히 이들 음료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서도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워 명절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에 속했다. 만약 슈퍼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다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게 비락의 생각이었다. 생각은 적중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비락의 성공은 국내 음료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른바 전통음료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앞 다투어 대추음료, 쌀 음료, 녹차 등등 우리만의 독특한 음료수들이 속속 쏟아져 나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맛을 상품화해 성공한 것이다.

또 90년대 말 국순당의 ‘백세주’가 전국적으로 판매되면서 그야말로 주류 시장은 전통주의 세상이 됐다. 생쌀을 이용한 국순당의 특허공법은 전통과 첨단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백세주의 성공으로 그동안 변방시장에 머물렀던 전통주 시장이 활짝 열렸다. 낡은 서고에 잠자고 있던 전통주 기법이 현대화된 공장으로 넘어와 자동화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됐다. 젊은이에게 외면 받던 막걸리도 캔 포장으로 바뀌면서 해외에까지 수출되는 쾌거를 거뒀다. 전통을 현대화함으로써 거둔 성과인 것이다.

이밖에도 최고의 기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에게 수여하는 머큐리 상을 수상한 대한항공의 기내식 비빔밥, 전통 한복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개량 한복, 전통 재료를 사용한 고급 화장품, 한약재를 첨가한 어린이 영양제 등 무궁무진하다. 이들의 성공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발굴해, 현대화한 데 있다. 이제 식품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전통을 재료삼아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