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 세계 경제와 엘니뇨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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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칼럼] 세계 경제와 엘니뇨 현상

최고관리자 기사등록일 :
(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2011.2~2013.3). 전 세계기상기구(WMO) 집행위원.
(사)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세계적인 기상 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학자들이 원인으로 꼽는 현상이 있다. 바로 ‘엘니뇨’ 현상이다. 이제 엘니뇨라는 말은 일반인들에게도 전혀 생소한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엘니뇨현상이 나타날 경우 전 세계 경제나 사회 전반에 그 영향이 미쳐 모든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엘니뇨현상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1982년 6월부터 세계 도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최악의 가뭄이 계속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속된 가뭄으로 수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다가 결국은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모진 열풍과 한발로 드넓은 농장이 사막으로 변하면서 농작물이 모두 말라 죽기도 했다. 그 후 가뭄은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 남부까지 확대됐고, 다시 인도, 스리랑카, 필리핀, 하와이 등지로 지구의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그런가 하면, 그 해 말 미국 서해안에 놀라운 규모의 폭풍우가 덮쳐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있었다. 그 당시 입은 재산 피해에 대해 한 기상학자는 “온갖 재해가 일어나서 단번에 이 같은 피해가 나기로는 앞으로 200년 이내에는 다시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이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는 데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이 엄청난 기상 이변의 원인을 발견해 냈다. 그것은 남미의 페루 연안에서 북상해 태평양 전역에 퍼진 이상 난류의 영향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 당시 바닷물의 온도를 측정했던 과학자에 따르면, 페루 부근의 수온이 정상보다 섭씨 7도 가량이 높아서 무려 섭씨 32~33도가 되었고, 중부 태평양의 수온은 대부분 30도 안팎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남미에 있는 페루의 연안 바다에서는 연말이 되면 수온이 상승하는 현상이 규칙적으로 일어나곤 했었다. 이 현상은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나타나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어린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인 ‘엘니뇨’라고 부르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 범위가 좁아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간혹 페루 앞바다에서 엘니뇨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때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다는 엔초비라는 멸치의 어획고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그러면 미국의 가축 사료 값이 뛰고, 결국은 세계 경제에 큰 파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엘니뇨현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지난 1982년의 세계 기상이변 이후로는 기상학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페루 앞바다나 태평양의 수온에 관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의 경제 흐름을 알기 위해 지구상의 자그마한 기상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