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기상칼럼] 일기예보를 관련 업무에 녹여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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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기상칼럼] 일기예보를 관련 업무에 녹여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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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준 칼럼니스트.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 제9대 기상청장, (사)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70~80년대까지만 해도 재난재해가 났을 때, 일기예보(기상청)를 핑계대고 민심을 수습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동네북은 됐지만, 예산 증액으로 조직 발전 효과가 있기에 나쁘지만은 않았다.기상레이더, 슈퍼컴, 수치모델, 기상위성 등의 장비가 도입되고 유능한 인력이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악습은 많이 해소됐다.그런데도 가끔은 일기예보를 억지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잘못을 호도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한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 또 광우병 사태처럼 번지기도 한다.2011년 9월 중순에 서울 등 전국에 정전사고가 잇달아 큰 피해가 났었다. 이때도 기상청의 늦더위 예보를 핑계대는 소동이 있었다. 조사해 봤더니, 무더위의 추세를 살피지 않고 관습적으로 발전소 정비에 들어갔던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결국 그 조직은 기상청에 사과하고, 기상청 퇴직 공무원을 자문관으로 스카우트해서 전력 관리를 하는 데 참여하도록 했다.최근 물난리의 원인을 따지는 과정에서 기상청과 수자원공사 간의 공방에 관한 기사를 봤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수십 년 간에 처음 보는 것이라 나도 어리둥절하다. 두 기관은 평소 매우 긴밀하다고 들었던 터라 더욱더 그렇다.물관리는 하나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본 물관리는 정말 시간을 다투고 국가 전 산업에 연관되는 중요한 기능이다. 옛부터 말하는 치산치수가 바로 물관리이다.물관리는 홍수 조절뿐만 아니라, 갈수기에 사용할 각종 용수를 확보해야 하기에 정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담당 지역의 담수 능력, 방류량과 방류 타이밍 또 그에 따른 피해 예상 지역에 경보와 대책 마련이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업무다. 물관리는 시기에 따라 댐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따라서 물관리에 필요한 기상정보는 단기예보(1~2일)는 물론 중기예보(1~2주일)를 참고로 할 것이다. 기상청 장마철 예보의 경우, 단기예보는 지역적 편차가 있겠지만, 물관리에 사용하는 수준의 중기예보는 정확도가 높다.물관리 담당자는 일기예보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기상정보가 갖고 있는 오차나 한계까지도 계산해서 물관리를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물을 잘못 다루면 괴물이 되지만 또 잘 다루면 이보다 긴요한 국가적 자산이 어디 있겠는가?물관리나 전력관리에 사용하는 일기예보는 일시성 행사나 계절상품의 유통ㆍ판매 등에 사용되는 기상정보하고는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자신들의 물관리 업무에 연동시켜 이미 매뉴얼화돼 있어야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과거에서 기상정보가 관계되는 관련 조직의 전문가들이 기상에 관한 공부를 해서 융복합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기상청도 그러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진행했다. 요즘도 있는지 궁금하다.국가의 막중한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종합적인 파악을 하지 않고 서로 핑계만 대면 어쩌란 말인가?이번에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 물관리 잘못에 일기예보 핑계를 댓는지는 모르겠으나, 국가기관 간의 소통이 이 정도라면 문제가 크다고 본다.요즘 서로 네 탓 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기상청과 수자원공사 간의 공방을 보는 것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꼴불견이다.그러나 일기예보와 물관리, 일기예보와 전력관리 등의 국가 차원의 융합 업무에서 잘못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장마철처럼 기상정보가 중요할 때는, 국민에게 기상업무에 대해 이해를 시키기에도 좋은 기회다. 전직 기상청의 멤버이기에 앞서 기상전문가의 입장에서 국민 여러분께 좋은 판단을 드리고자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