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 칼럼니스트. 지식생태학자.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육공학박사. 삼성인력개발원. 한양대학교 교수)

방랑이란 대책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표류나 유랑流浪을 말합니다. 방랑에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습니다. 목적의식이 없기에 쉽게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서 방황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은 방향이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방법을 찾겠다는 소리 없는 외침이 들어 있습니다. 무언가를 지향하고 꿈을 꾸는 사람에게 방황은 방향을 찾기 위한 침묵의 시간입니다.

방황은 방향을 찾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방황하지 않고 남들이 가는 방향대로 나아가다보면 또 다른 방랑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방황하는 시간의 깊이와 굴곡이 결국 흔들리지 않는 방향을 찾는 원동력이 됩니다.

방향은 직선주로로 펼쳐집니다. 반면 방황은 곡선의 궤적과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방황의 여정은 보통 곡선을 그리며 방황하다가 직선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구불구불한 방황을 거치지 않고 쭉쭉 뻗은 방향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개미도 먹이를 찾기 위해 곡선을 그리며 방황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그때서야 직선주로로 달려갑니다. 곡선의 방황을 거치지 않은 직선의 방향은 방랑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목적 없는 방랑보다 방황하되 방향성을 갖고 싶은 사람이나, 쉽고easy 빠른 고속도로road를 달리기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굽이굽이 돌아 자신만의 길way을 찾은 사람은 방황을 통해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 분야에서 최고인 best one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only one은 그 분야에서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방황은 타인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best one이 되기보다 세상에서 유일한 only one이 되고 싶은 사람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방황을 거쳐 방향을 찾은 사람이야말로 자기 변신의 길과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방황하면서 겪은 아픔이 아름다움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방황을 하면서 아파본 사람에게는 사람다움과 삶의 아름다움이 배어 있습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나는 오늘 방랑한 시간이 많은가, 아니면 목적은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방황한 시간이 많은가?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방랑하게 되고, 방랑이 계속되면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딜레마를 탈출하는 방법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방황 끝에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Start Again

인생에서 방황은 죄악이 아니다. 방황은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