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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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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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조례를 통해 대규모 광장인 인천애뜰의 일부 공간에서 집회를 아예 금지하고 있어 최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천시는 2019년 11월 청사 담장을 허물고 그 앞에 인천애뜰을 조성, 시민에게 개방했다. 이곳은 잔디마당, 바닥분수광장, 음악분수광장 등으로 이뤄졌다. 인천시는 ‘인천애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인천애뜰을 사용하려면 시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준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조례 제정 이후 잔디마당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사용신청을 냈지만, 인천시는 조례를 근거로 불허했다. 이에 단체 소속 약 40명은 2019년 12월 23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잔디마당에서 “인천애뜰에서 자유로운 집회·시위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집회를 진행했다.

집시법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 신고도 마쳤다. 그러자 인천시는 집회를 주최한 대표자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를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집회를 개최하는 등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을 위반했다고 인천시는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2020년 4월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 결정문을 보면, 검찰은 인천애뜰이 행정재산이라고 해도 이곳에서의 집회는 공유재산법상 ‘사용·수익’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시적인 집회는 사용·수익이 아니라 ‘점유’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행정재산을 두고 사용허가를 할 수 있다. 또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는 공유재산을 사용·수익하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다는 벌칙조항도 있다. 다만 무단으로 점유하면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별도로 존재한다. 즉 사용·수익에 관해서만 형사처벌 할 수 있지, 점유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더불어 인천애뜰 조례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의 집회를 조례를 통해 불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인천애뜰 조례는 헌법과 집시법에서 보장하는 집회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잔디마당이 공공청사의 부지라고 해도 일반인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과 조성 취지 등을 고려하면 ‘개방된 광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집시법상 적법한 절차 아래 항의 대상인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결론냈다.

또 인천시는 조례 제정에 앞서 2019년 7월쯤 인천지검에도 의견을 조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천지검은 “조례안에서 집회·시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상위법인 집시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