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억압 헌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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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억압 헌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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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여하는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자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은 “집회에서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은 부득이한 것”이라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결정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대법원은 건설업체 노조원들이 임금단체협상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삼보일배 행진을 하며 차량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모여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등을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3년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불편함은 보호 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해 수인돼야 한다고 헌법은 규정한다”고 밝혔다. 집회로 인해 발생되는 시민 불편은 자유민주국가가 부담해야 할 ‘민주주의 비용’이라는 뜻이다.

기준을 정해 집회를 ‘합법-불법’으로 나누고, 합법만 허용하겠다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로 보호할 대상으로 ‘적법 집회’가 아닌 ‘평화·비폭력 집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2018년 김선일 당시 경찰대 교수는 ‘국제인권기준에 비춰본 한국의 집회 시위 대응’ 논문에서 경찰의 ‘적법-위법’ 틀이 헌재 입장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신고 집회가 평화 개최되면 헌재 입장에서 보호 대상이지만, 집시법 관점에서는 위법해 주최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