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 칼럼] 한국의 수출 효자 식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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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사 칼럼] 한국의 수출 효자 식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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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김은 미역과 더불어 대표적인 해조류이며, 1~2층의 세포로 된 얇은 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속 바위 등에 이끼 모양으로 붙어 사는데, 자연산으로는 그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일찍부터 양식이 이루어졌다.

사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김은, 세계에서 한중일 3개국만 먹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사실은 몇 군데 더 있다). 또한 주로 밥반찬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 나라로의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게다가 서양인은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 weed)라 부르며 혐오식품으로 생각한다. 여기엔 김도 예외는 아니어서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고 부르는 혐오식품이었다.

이런 상황이 바뀌는 데는 한류 열풍이 크게 한몫했다. 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부터 하루 아침에 달라진 것이다. 최근에는 김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에서 팝콘이나 감자스낵을 대신하는 건강 간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웰빙식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김을 수출하는 국가는 총 90개국에 달한다. 이 정도면 K-팝 부럽지 않다.

김 제품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린 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절단한 마른김 (2)마른김을 더 작게 잘라서 기름과 소금을 가미한 조미김 (3)마른김을 가공한 김 스낵 과자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 우리나라는 조미김 시장의 최고 강자이다. 일본 조미김은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내 일본 사람 입맛엔 맞을지 몰라도 외국인 입맛엔 맞지 않아 세계화에 실패했다. 반면 고소한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과 소금으로 맛을 낸 조미김은 외국, 특히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 김의 최대 수출시장일 정도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김을 먹었을까? 국내에서 김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삼국유사’로, 신라 때부터 김을 복쌈(복리·福裏)이라 불렀다고 나와 있다. 즉,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김을 먹기 시작했다. 그 뒤 본격적으로 김을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15세기 초 경남 관찰사 하연의 ‘경상도지리지’에 등장한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은 경남 하동 지방에서 토산품으로 분류된다. 지역 구전에 의하면, 그때로부터 300여 년 전 한 할머니가 섬진강 어귀에서 조개를 채취하다 우연히 김을 먹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막상 먹어보니 맛이 좋아 대나무를 물속에 박아 김을 모았는데, 이것이 김 양식의 시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다. 한국의 김 수출은 조미김 수출 덕분에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2010년, 김 수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수출실적이 연평균 30%씩 증가해 2015년에는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돌파하고, 2018년에는 무려 5억 달러를 넘어섰다. 8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난 이 수치는, 우리나라의 김 수출이 굉장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 1960년대 초 우리나라가 참으로 못살았을 때 김이 수출효자 품목으로 당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까지 차지한 적도 있었다. 그런 김이 현재도 우리 어민들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 김은 인삼보다도 수출액이 많아지면서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가고 있다. 김을 드실 때 가끔 효자 수출품목인 김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