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칼럼] 기록을 습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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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기록을 습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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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특허 법무 대학원. 전 한국발명진흥회 이사. 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현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식품 영양학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식품은 신선한 식품이라고 조언한다. 제철에 갓 딴 과일이 제일 맛있고 영양가도 있다. 채소도 밭에서 막 가져온 싱싱한 것을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반면에 시간이 지나면 식품은 시들해지고 갖가지 병균이 생겨난다. 맛이 없어질 뿐 아니라 영양소도 많이 파괴된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퇴색하고 처음의 생생한 생동감이 떨어진다. 점차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아이디어와 함께 떠올랐던 갖가지 생각들은 사라져버린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나중에는 화석처럼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는데, 이때는 이미 가치를 잃은 후다. 간신히 아이디어의 뼈대를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생각을 잊으면 그만큼 가치도 떨어진다.

갓 잡은 생선이 가장 비싼 것처럼 아이디어도 갓 잡은 것이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선한 생각을 잡아둘 수 있도록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나 고기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잡자마자 신선한 냉장고에 보관하듯이 생각도 건지자마자 바로 기록으로 남겨 둬야 하는 것이다.

에디슨이 최고의 발명가로 올라선 비결도 바로 그가 애지중지하게 여긴 발명노트에 있다고 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가 엄청난 기록광이었다고 증언한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적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작은 수첩을 분신처럼 늘 가지고 다녔고, 메모지가 없을 때는 식당 냅킨이나 휴지조각에도 생각을 그때그때 옮겨 적었다. 덕분에 그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는 ‘괴짜’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그의 사후에 유물을 정리하던 사람들은 책장 빼곡히 꽂혀있는 발명노트를 보고 모두 놀랐다고 한다. 노트 안에는 여러 가지 발명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었고, 여기저기 작은 메모지들이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그가 평소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메모한 종이들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노트에 붙여둔 것이었다. 또 아이디어 뿐 아니라 연구의 진행사항도 일일이 기록해두었다. 실패한 연구사례도 빠트리지 않고 꼼꼼히 적고 있다. 왜 실패했는지, 실패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등을 자세하게 기록해 나중에 다시 활용하는 습관을 길러온 것이 분명하다. 그야말로 완벽한 발명 교과서라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좀 있다가 집에 가서 찬찬히 다시 생각해야지’하면서 머릿속에 다짐해둔다. 잊지 않겠다고 되새긴다. 하지만 생각도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일단 떠오른 이후에는 급격하게 부패하기 시작한다. 생각이 떠오른 당시에는 펄떡펄떡 살아 숨 쉬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와 흥분에 떨기 시작하지만 불과 10분이 못되어 서서히 감흥은 잊어지고 점점 생명력이 떨어진다. 이때 기록을 해두면 나중에도 생생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좋은 아이디어는 장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다. 일하는 도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냥 스쳐 지나가면 영영 남의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때그때 기록해두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꼭 소용이 닿는다. 생각의 창고를 만들어두는 셈이다. 작은 수첩과 필기도구를 늘 지니고 다니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자. 모든 기록은 나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잡아두자.

예로부터 유능한 사냥꾼은 짐승을 다치지 않고 사로잡는 것을 최고로 인정했다. 아이디어 사냥꾼임을 자처한다면, 내가 잡은 아이디어가 상하지 않게 바로 생포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